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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의 꿈 다이노스 피플
2012.02.03 26257

소년은 TV에 나오는 고교야구 선수들의 하얀 유니폼이 그렇게 멋있을 수 없었다. 마침 다니던 초등학교는 야구명문이었고 박수동 화백의 만화 ‘번데기 야구단’과 독고탁 등의 야구만화를 보며 야구선수가 되고 싶었다. 장훈과 베이브루스 전기를 보며 프로야구에 대한 어렴풋한 동경도 가졌지만 먼 나라 이야기일 뿐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버지께서 회사가 프로야구단을 만든다면서 어린이회원을 들어주셨고 운명적으로 부산, 경남과 아무 연고도 없던 우리 집은 전원이 롯데팬이 되어야 했다.


그렇게 아무 선택권도 없이 프로야구 팬이 된 소년을 야구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게 한 것은 홈런의 매력이었다. 1982년 원년의 프로야구는 개막전 이종도의 연장전 끝내기 만루홈런에 이어 올스타전도 김용희가 만루홈런을 날리더니 한국시리즈 최종 전에서도 김유동이 만루홈런을 날리며 화려하게 대미를 장식했다. 물론 그 해 열린 세계야구선수권대회 결승에서도 한대화의 극적인 3점 홈런이 터졌다. 그 시절 아이들은 학교에서 돌아와서 또 주말마다 야구를 하며 놀았다.


프로야구 시작과 함께 또 다른 재미를 느낀 것은 어린이 잡지에는 실리던 각종 통계와 기록들이었고, 중학교 1학년 때부터 독학으로 배운 기록 법으로 야구중계를 보며 기록을 하곤 했다.


소년에게 결정적으로 야구가 인생의 소중한 한 부분으로 들어오게 된 계기는 중학교 2학년 때인 84년 한국시리즈였다. 롯데의 안경잡이 에이스 최동원은 막강한 삼성 타선을 불 같은 강속구와 폭포수 같은 커브로 막아내며 한국시리즈 4승을 오롯이 자신의 힘만으로 만들어냈다. 소년에게 그 승리는 만화에서처럼 정의가 불의를 물리치는 승리였고 최동원은 불의에 홀로 맞선 영웅으로 비춰졌다. 이 소년이 어린 시절의 나다.

 


그렇게 야구를 좋아하며 자라 건축을 전공하는 대학생이 됐고 야구선수의 꿈은 멋진 야구장을 설계해보고 싶다는 것으로 바뀌었다. 그러나 졸업작품으로 잠실야구장을 돔 구장으로 만들려는 시도는 지도교수의 강압(?)으로 끝내 다른 프로젝트로 변경할 수 밖에 없었고 야구장 설계의 꿈은 잠시 접어둘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야구에 대한 꿈은 계속 이어져 1982년 한국 최초의 PC통신 야구동호회인 하이텔 ‘꿈의 구장’을 만들고 그 해 가을 어릴 적 꿈꾸던 유니폼을 맞춰 입고 식구들 앞에서 패션쇼를 하는 기쁨을 누렸다. ROTC 공병 소대장으로 군복무 후 건설회사에 취업한 사이 야구동호회는 <드림스>라는 이름으로 사회인야구에 참여하고 있었고 드디어 사회인리그지만 ‘야구선수’의 꿈을 이룰 수 있었다.

팀의 선수 겸 감독, 단장을 거치며 야구에 깊이 빠져들었고, 2000년엔 한 때 KBO가 사용하던 기록 프로그램 ezScorebook 개발에도 참여하고 2002년엔 KBO 기록강습회까지 수료하는 등 스스로 야구인이라 부르고 다니곤 했다. 회사가 프로야구단을 만들면 당장 프런트로 가겠다고 공언하고 다녔지만 그럴 가능성은 거의 보이지 않았고 그저 사회인야구 선수이자 세이버매트리션으로 만족하며 살아갔다. 그러나 주말마다 야구만 하러 다니는 남편을 아내는 탐탁지 않아 했고 결국 제주도 근무와 함께 2005년 현역(?)에서 은퇴하게 됐다.

 

 

한동안 순수한 야구팬으로 살아가던 나의 꿈을 다시 일깨운 사건이 바로 엔씨소프트의 프로야구 제9구단 창단이었다. 그 순간 나는 불빛을 마주한 나방처럼 야구의 유혹에 저항할 수가 없었고 굴지의 건설회사를 마흔이 넘어 그만 두는 것에 반대하던 아내도 결국 남편의 의지를 꺾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제 나는 건설회사에서 설계와 마케팅을 했던 경력을 살려서 오랜 꿈인 ‘꿈의 구장’을 창원에 짓는데 힘을 보태고 있다.

 

스티브 잡스는 매일 아침 거울을 보며 “오늘이 내 인생의 마지막 날이라면 지금 하려고 하는 일을 할 것인가?”라고 묻고 “아니오”라는 답이 계속 나온다면 다른 것을 해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고 했다. 나 역시 이 질문에 아니오 라는 결론을 내리고 오랜 꿈을 이루고자 NC 다이노스에 지원했다.

 

야구처럼 인생도 지금의 결정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아무도 모른다. 이제 인생에서 4회말 정도가 지났을까? 9회말 3아웃이 될 때까지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몰라도 멋진 승리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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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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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저도 꿈이 생기게 하네요~좋아하는 일 하는 거 부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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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소년의 꿈은 꼭 이루어질것입니다. NC다이노스와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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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룡같은 분위기!!! 멋진 친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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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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