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⑥ 1%의 틈도 보이지 말아야 할 상황 다이노스 in 그라운드
2012.02.09 20184

준플레이오프 2차전의 흐름은 최희섭의 홈런 이후 KIA 쪽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5회말 SK 1사 뒤 정근우의 안타와 박재상의 우중간 3루타로 1점을 따라 붙었다. 1 3루 기회가 이어졌다. 동점을 만들었더라면 흐름을 빼앗아올 수 있었지만 SK는 그 기회를 이어가지 못했다. 최정이 볼카운트 1-0에서 유격수 뜬 공으로 아웃된 게 결정적이었다. 왼손 박정권과 어려운 승부 끝에 볼넷으로 1루를 내준 것도 KIA로서는 나쁘지 않았다. 다음 타자는 앞선 2타석에서 모두 득점권 기회를 놓쳤던 5번 최동수였다. 최동수는 초구 스트라이크를 흘려보낸 뒤 2구째를 때렸지만 3루수 땅볼에 그쳤다. SK는 흐름을 빼앗아오지 못했다. 로페즈와 차일목은 위기를 잘 헤쳐나갔다. 5회가 끝났을 때 로페즈의 투구수는 76개였다. 승리투수 요건을 갖췄다.

로페즈는 6-7-8번으로 이어지는 6회말 수비도 3자범퇴로 깔끔하게 처리했다. 여전히 2-1로 앞서고 있었고, 로페즈는 퀄리티 스타트의 요건(6이닝 1실점)을 모두 갖췄다. 9번 타자는 왼손 임훈 이었다. KIA 조범현 감독의 스타일상 왼손 투수를 넣고 갈 가능성이 있었다. 로페즈는 6회말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정상호 상대로 삼진으로 잡아내며 두 손을 번쩍 들었다. 3루쪽 더그아웃으로 성큼성큼 걸어내려갔다. 비록 1점차 아슬아슬한 리드였지만 로페즈의 승리가 눈앞에 보였다. 그만큼 흐름은 KIA로 향해 있었다.

7회초 KIA의 공격도 득점을 얻지 못했다. 선두타자가 볼넷을 골랐고 희생번트로 1 2, 2사 뒤 주자를 3루까지 보냈지만 마무리가 부족했다. 1점만 더 냈더라면 조범현 감독은 신인 왼손 투수 심동섭을 임훈 타석에 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여전히 1점차, 심동섭에게는 불안 요소가 남아 있었다. (이는 4차전에서 드러난다)

로페즈가 7회에도 마운드에 올라왔다. 투구수는 이미 88개를 기록하고 있었다. 로페즈의 상태가 썩 좋지는 않았지만 큰 경기를 치른 경험으로 위기를 넘어왔다. 시즌 중에도 로페즈의 평균 투구수는 그리 많지 않았다. 선두타자는 왼손 임훈이었다.

로페즈가 차일목과 함께 연습 투구를 했다. 3루쪽 스트라이크존을 노리는 백도어성 슬라이더를 연속해서 던졌다. 왼손 타자 임훈에 대처하는 투구였다. 로페즈-차일목 배터리는 이날 2차전에서 왼손 타자를 상대로 백도어 슬라이더를 효과적으로 던졌다. 1회말 박정권 첫 타석 때 이를 사용했고, 3회말 박재상의 2번째 타석 때도 백도어 슬라이더를 던졌다. 5회말 임훈의 2번째 타석에서도 백도어 슬라이더가 효과적이었다. 로페즈의 슬라이더는 윤석민의 슬라이더처럼 빠르지 않았지만 커브처럼 각이 컸다. 로페즈의 백도어 슬라이더는 왼손 타자를 상대하는 무기 중 하나였다. 로페즈의 머릿 속에 왼손 타자 임훈이 있었고 슬라이더 궤적은 왼손 타자에 대한 이미지를 그리면서 이뤄졌다.

그런데 이 상황에서 SK의 변칙적인 타자 기용이 이뤄졌다. SK가 안치용을 대타로 기용했다. 오른손 투수 상대로 오른손 타자의 기용이었다. 한 방이 아니라면 이 흐름을 바꿀 수 없다는 판단이기도 했다.

상대타율이 좋은 것도 아니었다. 안치용은 2011시즌 KIA 로페즈를 상대로 겨우 167리를 기록했을 뿐이었다. 홈런이 1개 있기는 했지만 24타수 4안타에 그쳤다. 다만 출루율은 볼넷 6개를 골라내며 0.355로 크게 나쁘지 않았다.

배터리가 순간적으로 흔들렸을 수 있다. 임훈 타석에 대비해 던졌던 연습투구는 확실히 왼손 타자를 염두에 둔 이미지가 있었다. 그게 흔들렸다. 2-1로 앞선 7회말. 경기 후반이라면 절대적으로 한 방을 조심해야 한다.

초구와 2구는 모두 바깥쪽 직구였다. 바깥쪽 직구는 웬만한 타자가 아니라면 홈런을 맞을 가능성이 가장 낮은 공이다. 볼카운트 1-1이 됐다. 3구째가 문제가 됐다. 슬라이더를 택했고, 이게 안치용에게 이른바행업이 됐다. 각도 크게 높은 데서 떨어지는 행업성 투구는 안치용이 리그에서 3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잘 때린다.

안치용이 때린 타구는 단숨에 문학구장 왼쪽 담장을 넘어갔다. 이 홈런 한 방은 결과적으로 시리즈 전체의 흐름을 바꾸는 한 방이 됐다. 좀처럼 바꿀 수 없었던 경기 흐름이 안치용의 한 방, 그에 앞서 슬라이더를 택했던, 게다가 왼손 타자를 이미지에 새겨둔 채 던졌던 슬라이더가 오른손 타자에게 걸리는 궤적이 됐다. 동점이 됐고, 이날 경기는 연장 끝에 이호준의 끝내기 안타로 끝이 났다. 이 작은 흐름의 변화는 결국 시리즈를 SK쪽으로 가져가게 만들었다.

경기 후반, 1점차 상황이라면 절대적으로 큰 것을 조심하는 볼배합을 가져가야 한다. 1%라도 조심하고 움직여야 한다. 분명히 경기의 흐름은 KIA쪽이었다. 하지만 아주 작은 확률들이 모여 사고를 일으켰다. 로페즈의 투구수가 많았고, 왼손 타자에 대한 이미지를 준비하던 중 대타가 들어왔고, 3구째 슬라이더의 선택은 로페즈의 슬라이더 각이 안치용의 스윙궤적에서 위험한 상황이 만들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위험했다. 대타로 나섰을 때 벤치의 움직임이나 포수의 움직임, 변화가 있어야 했다. 돌다리도 두드리는 움직임이 필요했다.

로페즈는 마운드에서 내려갔다. 1개는 모든 것을 바꿔놨다. 승리도, 시리즈도. 로페즈를 대신해 마운드에 오른 양현종은 정근우에게 안타를 맞았다. 흐름이 완전히 넘어갔다. KIA는 양현종을 이후 경기에도 활용할 수 없게 됐다. 차라리 임훈 타석 때 양현종을 냈더라면 대타가 나오더라도 홈런을 허용하지 않았을까라는, 결과론. 2차전은 결국 SK 3-2로 승리했다. KIA는 한기주를 얻었지만 투구 이닝이 너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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